몇몇 분자는 서로의 거울에 비친 형태의 구조를 나타내곤 한다. 이것을 카이랄성(chirality)이라 부른다. 카이랄성을 가진 거울상 이성질체는 오른손, 왼손에 비유해 오른손잡이성(right handed, R형태라고 함) 내지는 왼손잡이성(left-handed, S형태라고 함)으로 구분한다.
라틴어로 오른쪽은 Rectus, 왼쪽은 Sinister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표기한다.
카이랄성은 과학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중요한 요소다. 화학반응을 통해 합성된 분자는 두 형태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합물을 라세미 혼합물(racemic mixture)이라 한다. 라세미 혼합물에서 하나의 거울상 이설질체만 분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또한 두 거울상의 많은 물리적 특성이 동일하므로 실험으로 분자의 거울상을 구별하기 어렵다. 컴퓨터 계산 모델에서도 두 거울상 이성질체가 동일한 분자 그래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분자 그래프에만 사용한다면 구별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분자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생체 내에서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이성질체는 약물로서 치료 효능을 갖지만, 다른 이성질체는 원치 않는 다른 단백질에 결합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거울상 이성질체가 가져온 부작용의 사례로는 1957년에 진정제와 수면제로 처방된 약물인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가 있다. 이 약은 특히 입덧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어 당시 많은 임산부에게 사용됐다. 그러나 탈리도마이드는 실제 효과가 있던 R형과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는 S형이 섞여 있던 라세미 혼합물이었고, 결국 수 많은 기형아가 태어난 뒤에야 판매가 금지됐다. 게다가 탈리도마이드는 한쪽 이성질체만 복용해도 체내에서 다른 이성질체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추후에 밝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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